▲ 대만의 피비아오, 황아름, 태국 추티차이 폴라니, 일본 고즈마 고토노 선수(왼쪽부터). |
일본 총리가 일본인 가수라고 착각할 정도로 가수 보아가 일본 열도의 사랑을 받던 시절, 황아름은 중학생이었고 골프를 배우고 있었다. 보아의 노래와 인터뷰를 일본어 오리지널로 이해하면 정말 재미있겠다는 생각으로 어학교재 한 권을 사 독학을 시작했다. 책 겉표지가 떨어져나가고 너덜너덜해졌다.
황아름(32)은 2007년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2부 투어를 시작으로 12년간 프로생활을 일본에서만 한 독특한 선수다. 2009년 첫 승 이후 9년간 이어지던 침묵을 깨고 지난해 시즌 3승을 거두었다. 그는 의지(意志)가 강하고 ‘덕후’ 기질이 다분하다. 포기하지 않는 비법 같은 게 있을까? 그의 말이다.
“처음 우승하고 잘 풀릴 줄 알았는데 2~3년 지나면서 도대체 왜 안 되는 걸까 고민이 커졌어요. 투정도 많이 부렸죠. 그런데 어머님은 ‘그래 돌아와라. 타지에서 고생하지 말고 엄마랑 놀면서 뭘 해도 너는 충분히 성공할 수 있으니까’라고 하세요. 그러면 제가 오히려 ‘아냐 조금 더 할 수 있을 것 같아’ 하게 되죠. 선배님들은 ‘그만두면 괴로움이 사라질 것 같니? 대신 너무 힘들면 안 되니까 이렇게 해봐’라고 조언하세요. 한 주씩 작은 목표를 세우고 울고 웃다 보니 9년이 흘렀어요. 괴로움 속에서도 즐겁게 지냈다면 말이 되는지 모르겠어요.”
그가 태어난 이듬해인 1988년 고(故) 구옥희 프로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한국인 첫 승을 올렸다. 어머니는 어린 딸의 뒷모습에서 구옥희 프로의 모습이 보인다는 이야기를 하곤 했다.
황아름은 일본 진출 초기 구옥희 프로의 도움을 받으며 지냈다. “공이 잘 안 맞는다고 하면 구 프로님은 ‘응 그거 연습 부족 때문이야’라고 하세요. 누가 입스에 걸려 고생한다고 하소연해도 ‘그건 연습 부족 때문이야’라고 하시죠. 골프에 대한 사랑과 연습만이 살길이라는 강한 의지를 가르쳐주셨죠.”
2년 전 그는 마지막 도전이라 생각하고 이보미의 스윙코치인 조범수 코치에게 배우기 시작했다. 박인비·유소연의 멘털 트레이닝을 맡았던 조수경 박사와도 호흡을 맞추었다. “골프가 개인운동이긴 하지만 하나의 팀으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는 걸 체험했어요. 제가 현역을 떠난 뒤에도 주니어 선수들을 도울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결심도 하게 됐고요.”
그는 지난해 중학교 때부터 쓰던 투볼 퍼터를 블레이드 형으로, 왼손을 아래로 내려잡던 크로스 핸디드 그립을 평범하게 고쳐 쥐는 모험을 시도한 뒤 한 달 반 만에 우승했다.
“골프를 조금씩 알아가는 게 9년간의 괴로움 속에서 얻은 가장 큰 즐거움이에요. 예전엔 오른팔을 쓰지 않아야 정확한 스윙이 된다고 믿었죠. 요즘은 양손이 서로 도와야 한다고 바뀌었죠. 오른팔이 잘 받쳐줄 때 왼손목이 고정이 잘 돼서 방향성도 좋아지고 파워도 나게 돼요”
혼자 골프를 하다가 2년간 선생님들과 함께 하면서 얻은 가장 큰 소득도 객관적으로 자신을 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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