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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이 순간] [4] 올해 출전횟수 줄인 박인비
지난 4월 '1박2일 연장' 끝 2위 "우승자는 神이 결정한다 느꼈죠"

"1박2일간 8차례 연장전을 치르면서 우승자는 골프의 신이 결정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어려운 퍼트를 넣으면 대개는 상대가 맥이 풀려서 못 넣는 경우가 많았는데…. 페르닐라 린드베리의 8m 버디 퍼트는 정말 성공하기 어려운 퍼팅이었어요."

마치 엊그제 일을 설명하듯 박인비(30)는 지난 4월 1일(현지 시각) 오후에서 이튿날 오전까지 1박2일에 걸쳐 열렸던 시즌 첫 메이저 대회 ANA인스퍼레이션의 연장 승부 이야기를 떠올렸다.
"리오랑 보내는 시간도 늘었죠" - 박인비는‘리오(RIO)’를 보물 1호라고 부른다. 리오는 2016 리우올림픽 금메달을 따고 돌아오던 날 남편 남기협씨가 들인 반려견이다. 박인비는 올해 리오와 서울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 것이 가장 기뻤다고 했다. /권숙연 인턴기자
최근 서울 강남에서 만난 박인비는 "프로 데뷔 13년 만에 처음으로 친구들과 저녁 내기 골프도 쳐보고 지인들과 즐기는 골프를 해봤다"며 "골프가 이렇게 재밌다는 걸 처음 알았다"며 이야기를 풀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골프 클럽을 잡은 이후 골프장은 박인비에게 전쟁터나 다름없었다. 이기든가 지든가 둘 중 하나였으며 세계 유명 코스를 섭렵해도 골프장 풍경이 눈에 들어온 적은 없었다. 사람들이 골프가 재미있다고 하는 이야기를 믿기 어려웠다고 한다.

박인비는 올해 들어 삶과 일의 조화를 뜻하는 '워라밸(워크 앤드 라이프 밸런스)'을 선언하며 대회 참가 수를 대폭 줄였다. 최근 몇 년간 잦은 부상으로 고전하면서도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올림픽 금메달까지 '골든슬램'을 이룬 마당에 새롭게 동기부여를 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그러다 은퇴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런데 '침묵의 암살자'란 별명은 그냥 붙은 게 아니었다. 올 시즌 두 번째로 참가한 대회인 뱅크 오브 파운더스컵에서 가볍게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네 번째 출전 대회이자 시즌 첫 번째 메이저 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에서는 마지막 두 홀 연속 버디로 연장에 합류했다.

피말렸던 연장전 -
미션힐스 컨트리클럽(랜초 미라지)의
이동식 조명에 의지해 ANA인스퍼레이션
 연장 4차전 경기를 하는 박인비(오른쪽)와
페르닐라 린드베리. /AFP 연합뉴스
박인비와 페르닐라 린드베리(32·스웨덴), 재미교포인 제니퍼 송(29)이 치른 연장전은 여러 가지로 화제였다. 1972년 창설된 이 대회에서 3명이 연장에 들어가기는 처음이었다. LPGA 투어 메이저대회가 월요일에 우승자를 정한 것도 2011년 US오픈 이후 7년 만이었다. 제니퍼 송은 연장 3차전에서 탈락했다.

박인비와 린드베리의 연장 4차전이 끝났을 때 시각은 일몰 후 15분이 지난 오후 7시 21분이었다. 결국 이튿날 연장 8차전에서 버디를 잡은 린드베리가 우승했다. 국내에선 린드베리의 슬로플레이에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그런 상황에서 승자를 진심으로 축하하는 박인비의 품격이 빛났다. "내 플레이에만 집중하는 스타일이어서 슬로플레이를 하는 줄도 몰랐어요. 저보다 더 간절히 우승을 바라던 상대가 승리한 것을 축하하는 건 당연한 일이죠."

박인비는 2013년 이 대회에서 우승한 적이 있다. 18번 홀 그린 옆 호수에 우승자가 뛰어드는 세리머니도 경험했다. 하지만 자신이 우승한 4개 메이저 대회 중 이 대회만 현장에서 지켜보지 못한 아버지를 생각해서라도 다시 한 번 정상에 서고 싶은 생각이다. 아버지의 '갤러리 그랜드슬램'을 위한 도전이다.

박인비는 올해 LPGA 투어 대회 13개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회 4개 등 17개 대회에 출전했다. 예전보다 10개 가까이 줄어든 숫자다. 그래도 두산매치플레이챔피언십에선 국내 대회 스무 번째 도전 만에 첫 우승을 경험했다. 박인비는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하게 대회를 뛰면서 원하는 성적이 나온다면 2020년 도쿄올림픽에도 관심을 가져 보겠다"고 했다. 올해 처음으로 비거리 걱정을 해봤다는 박인비는 "가끔 에리야 쭈타누깐처럼 멀리 공을 치면 골프가 참 쉬울 것 같지만 각자 인생이 있듯 나만의 골프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친구들과 돈을 모아 스코틀랜드로 골프 여행을 가고 싶다는 꿈을 꾼다"는 말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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