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청자 트로피에 청자빛 한복 - ‘2등 신드롬’에 시달렸던 전인지가 모처럼 활짝 웃었다. 전인지가 14일 인천 스카이72골프장 오션코스에서 열린 미 LPGA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후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전인지의 LPGA투어 우승은 2016년 9월 에비앙 챔피언십 이후 2년 1개월 만이다. /뉴시스 |
14일 인천 스카이72골프장 오션코스(파72)에서 막을 내린 미 LPGA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우승한 전인지(24)가 악플에 시달리던 시절 고통스럽고 괴로운 심경을 토로하는 모습을 보면서 지금까지 이런 '가슴 아픈 챔피언 인터뷰'가 있었나 잘 떠오르지 않을 정도였다. 경기 내내 팬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미소 지으며 경기하던 모습과 대조적이었다.
이날 선두에 2타 차 공동 4위로 출발한 전인지는 버디 7개, 보기 1개로 6타를 줄였다. 합계 16언더파 272타로 단독 2위 찰리 헐(잉글랜드)을 3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세계 랭킹 1위 박성현은 2위 에리야 쭈타누깐, 이민지, 대니엘 강과 나란히 공동 3위(12언더파)에 올랐다.
전인지는 5번 홀에서 버디를 잡은 뒤 공동 선두에 올랐고, 전반에만 5타를 줄이며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12번 홀(파3)에서 위기가 있었지만 칩인 파를 잡아낸 뒤에는 이렇다 할 고비 없이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전인지는 "워낙 스코어가 잘 나오지 않던 때에 한 대회에 한 번씩은 칩인을 성공시키자고 다짐했어요. 지난번 인터내셔널 크라운에서는 칩인이 조금씩 짧아 하나도 기록하지 못해서 이번 대회에 두 개를 성공시키려고 했는데 이뤄냈어요. 그게 우승의 원동력이 됐어요." 1라운드에서는 칩인 버디를 잡았었다.
전인지의 LPGA투어 우승은 2016년 9월 메이저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 이후 2년 1개월 만이다. 그동안 전인지는 준우승만 6차례를 하는 '2등 신드롬'에 시달렸다.
그동안 참았던 눈물이 주르르 - 전인지가 14일 막을 내린 LPGA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우승 직후 소감을 말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
올해 들어 지난해보다도 더 부진에 시달리던 전인지는 지난주 인천에서 열린 여자골프 국가대항전 UL인터내셔널 크라운에서 4전 전승으로 한국의 우승을 이끌며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전인지는 어린 시절 생계를 위해 바쁘던 아버지와 어머니를 대신해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 이야기를 하다 다시 눈물을 글썽였다. "지난 8월 10일이 제 생일이었어요. 할머니가 중환자실에 계시지만, 축하를 받고 싶어서 새벽부터 달려갔어요. 면회 시간이 30분이었는데 29분 동안 저를 몰라보셨어요. 병실을 막 떠나려는데 할머니가 제 손을 잡고 '건강해야 돼'라고 하셨어요…."
그는 할머니에게 '우리 손녀 잘했다'는 이야기를 다시 한번 듣고 싶어 힘을 내기로 했다고 한다.
저주와 막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퍼부어대는 인터넷 세상은 전인지를 깊은 절망의 바다에 빠트렸던 것 같다. "스물한두 살 때 제가 우승하고 그러면 네이버에 제 사진이 나오고 응원 댓글이 붙고 실시간 검색어에 제 이름이 오르내리는 걸 보고 정말 신이 났어요. 그런데 안 되기 시작하자 인간으로서, 또 여자로서 참기 힘든 속상한 말들이 나오고, 그게 가슴에 콕 박혀서 떠나질 않았어요."
전인지는 "투어 생활을 하면서 기회가 된다면 앞장서서 상대를 배려하고 어우러져 같이 잘되는, 따뜻한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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