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잠잠해지자 장타의 위력은 여실히 드러났다. 굴곡지고 빠른 그린도 라인을 따라 공을 얌전하게 보내주는 등 맹렬했던 골프 코스는 한층 부드러워졌다. 19일 제주 서귀포시 나인브릿지 골프장(파72)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CJ컵 2라운드 18번 홀.
파5인 이 홀은 페어웨이 중간에 숲이 자리 잡고 있다. 단타자들은 우측 페어웨이로 안전하게 돌아가는 3온 전략을 선택하고, 장타자들은 왼쪽으로 가로 질러 2온을 노린다. ‘필드의 수퍼맨’ 브룩스 켑카(미국)는 망설임 없이 왼쪽을 향해 섰다.
‘쉬익’ 소리를 내며 날아간 그의 공은 왼쪽 페어웨이에 안착했고, 홀까지 165야드를 남기고 친 두 번째 샷은 홀 약 2m 거리에 붙었다. 켑카는 가볍게 이글 퍼트를 성공하며 2라운드를 마쳤다.
켑카는 이 이글을 포함해 버디 6개를 쓸어 담고 보기는 1개로 막았다. 7언더파를 보탠 켑카는 중간 합계 8언더파 136타를 적어냈다. 선두 스콧 피어시(미국·9언더파)에 1타 차 단독 2위다. 대회 개막 전 제주 앞바다에서 50cm가 넘는 황돔을 잡은 후 "이번 주 좋은 운이 왔으면 한다"고 했던 켑카에겐 한국에서 2018~2019시즌 첫 우승을 달성할 기회다.
켑카는 이날 장타의 이점을 최대한 살렸다. 353야드의 8번 홀(파4)에서는 드라이버로 그린을 곧장 공략해 버디를 잡았고, 12번 홀(파5)에서도 가볍게 2온에 성공하며 1타를 더 줄였다. 9번 홀(파5)에서 티샷이 왼쪽 해저드 구역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보기를 범한 게 유일한 흠이었다.
‘베테랑’ 피어시는 버디만 7개를 골라내는 순도 높은 경기 덕에 9언더파 단독 선두로 나섰다. 피어시는 "바람이 많이 잠잠해져서 코스가 쉬워졌다"며 "지난주부터 잘 되고 있는 퍼팅이 이번 주에도 이어지고 있다. 쇼트 게임도 좋았다. 남은 이틀 동안에도 퍼팅이 잘 됐으면 한다"고 했다. 피어시는 귀마개가 달린 모자를 쓰고 경기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주 말레이시아에서 경기를 했던 그는 "추위에 대비하지 않고 와서 이곳에서 모자와 옷 등을 급하게 구입했다"고 했다.
전날 선두 체즈 리비(미국)는 2타를 줄이는 데 그쳐 6언더파 3위로 내려앉았다. 알렉스 노렌(스웨덴)이 5언더파 공동 4위, 브라이언 하먼(미국)은 8타를 줄인 덕에 공동 6위로 올라섰다.
첫날 2위에 올랐던 김시우(23)는 1타를 잃는 바람에 공동 15위(2언더파)로 밀렸다. 제주 출신 강성훈(31)도 이 그룹에 있다. 디펜딩 챔피언 저스틴 토머스(미국)는 공동 22위(1언더파), ‘특급 신인’ 임성재(20)는 공동 30위(이븐파)다. 폴 케이시(잉글랜드·공동 30위)는 파3 7번 홀(176야드)에서 7번 아이언으로 행운의 홀인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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