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창수씨와 둘째 딸 조윤지 선수. |
조창수(69)씨 가족은 손꼽히는 스포츠 가족이다. 그의 아내 조혜정씨는 몬트리올올림픽 배구 동메달리스트이자 ‘나는 작은새’란 애칭으로 사랑을 받았던 여자배구의 레전드다. 큰딸 윤희는 골프선수를 거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이사를 하고 있고, 둘째 딸 윤지는 KLPGA투어에서 3승을 거둔 스타 골퍼다.
조창수씨도 화려한 경력을 지닌 야구인이다. 경북고등학교 시절 청룡기 전국고교야구 선수권 대회에서 두 차례나 우승을 경험한 고교 야구 스타 출신이다. 그는 고교 졸업 후 한일은행에서 실업야구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1번 타자 조창수, 3번 타자 강병철, 4번 타자 김응용이었다.
그가 광주일고 감독이 됐을 때 선동열이 입학했다. 1983년 해태가 프로야구에서 처음 우승할 때 작전코치였고, 1997년 삼성 라이온즈에서 감독 대행을 했다.
“저도 처음엔 골프는 그렇게 어렵지 않아고 생각했어요. 가만히 있는 공을 치는 건데 뭐가 어려울 게 있나. 그리고 설렁설렁 동반자와 농담도 주고받을 수 있고. 그런데 두 딸을 골퍼로 키우면서 180도 생각이 달라졌지요.”
야구 스타 출신 골프 대디는 왜 야구보다 골프가 어렵다고 하는 걸까? “야구에서 안타나 홈런 치기가 가만히 있는 골프공을 맞히는 것보다 어려운 건 맞지요. 하지만 야구는 10개 중에 3개만 안타를 만들면 잘한다고 하잖아요. 그리고 내가 좀 못해도 다음 타자가 잘해주면 내가 못 친 것은 묻혀서 지나갈 수 있고요. 그런데 골프는 나 혼자 모든 책임을 지면서 완벽을 기해야 하니 외롭고 강박이 클 수밖에요.”
30%를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타자와 99%를 실패라고 보는 골퍼의 마인드 차이를 이렇게 대비시켰다. 그래서 타자보다는 투수가 골프와 가깝다고 했다. 99개의 공을 잘 던져도 하나의 실투로 패전의 멍에를 안을 수 있으니까. 왕년의 호타준족이었던 그의 핸디캡은 12다. 마음먹고 치면 더 잘 칠 수 있었을 것이다. “20년 전 초등학생 딸아이에게 골프를 가르치기 시작하면서 제가 치는 골프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게 됐어요. 딸이 잘 쳐야지 내가 잘 맞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아버지는 야구 스타, 어머니는 배구 스타였는데 딸들이 좀 더 대형 스타가 됐으면 하는 바람은 없었을까? 그는 고개를 흔들었다. “한눈 안 팔고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니까 그것만으로도 만족하죠. 저도 야구 제자들에게 그렇게 가르쳤으니까요. 오히려 저희 부부가 운동을 해서 운동하면서 겪는 아이들 고통을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어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현재 골프 학부형 중 연장자다. 골프 대디들 문화도 20년 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잘 바뀌지 않는 것도 있다. “남의 자식도 잘되기를 바라는 분위기를 만들어보자고 이야기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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