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 없는 상황에서는 언제든 270야드 넘는 장타를 똑바로 칠 수 있는 능력이 인주연(21·사진)에게는 있다. 172㎝의 키에 호쾌한 스윙을 갖고 있지만 한번 긴장하면 머릿속이 하얘지고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졌다. 지난 3년여간 1부 투어 시드를 유지 못해 2부 투어로 밀려났다 다시 돌아오는 힘겨운 과정을 겪었다.
13일 경기도 수원컨트리클럽에서 막을 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 2타 차 선두로 출발한 인주연은 1번 홀과 3번 홀 보기로 타수를 까먹으며 또 무너지는 듯했다. 그럴 때마다 인주연은 홀별 코스 공략법을 적은 야디지북(yardage book)을 꺼냈다. 그 속에 '믿고 차분하게 침착하게'라고 자신이 써 놓은 글귀를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인주연은 9번 홀에서는 더블보기를 범했지만, 버디도 4개나 잡아내며 가까스로 타수를 지켰다. 합계 9언더파 207타로 김소이와 연장에 들어간 인주연은 2차 연장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감격의 1부 투어 첫 우승을 차지했다. "부모님께 감사드리고, 멋진 골퍼가 되고 싶다"고 다짐하며 울먹였다. 국가대표 출신으로 2015년 KLPGA 1부 투어에 데뷔해 지난해에는 1부 투어와 2부 투어를 겸업하는 독특한 전략으로 올 시즌 1부 투어 시드를 유지했다. 1부 투어 상금 랭킹은 71위(60위까지 유지)였으나 2부 투어 상금 랭킹 2위로 시드를 확보했다. 이번 대회 우승 상금 1억4000만원을 확보한 인주연은 이제 1부 투어 생존이 아닌 투어 주인공이 되기 위한 경쟁을 벌일 수 있게 됐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