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우 코치는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서 뛰던 시절 자신이 “삼류 선수였다”고 평가했다. 잘해보겠다는 일념으로 정말 열심히 노력했지만, 우승은 고사하고 2부 투어로 밀려났고, 결국 일찍 현역 생활을 접고 코치의 길을 걷게 됐다고 한다. 이런 그에게 “20년 전 프로 골퍼로서 성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자기 자신에게 조언해줄 수 있다면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가?”라고 물었다.
이 코치의 대답이 흥미로웠다. “가장 잘하는 팀에 들어가서 훈련하라고 말해주고 싶다”면서 이런 말을 했다. “당시의 저는 골프는 단체운동이 아니고 혼자서 하는 게임인 만큼 혼자서 더 많이 노력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좋은 코치 선생님에게 가기에는 레슨비가 비싸다고 생각했고 상황도 맞지 않았다. 하지만 혼자서 노력한 만큼 결실을 보지 못했다. 골프는 시각화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 제가 코치로서 시범을 보인다고 해도 투어 선수들처럼 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무엇이든 뛰어나게 잘하는 사람을 보고 배우는 것만큼 효과적인 학습 방법이 없다. 만약 드라이버 샷은 좋은데 아이언 샷의 정확성이 부족한 선수가 있다고 하자. 그런데 아이언 샷을 세계 1등으로 하는 선수가 옆에 있다면 그 선수를 잘 관찰하고 따라 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리듬과 임팩트 요령, 홀을 공략하는 전략 같은 전체적인 느낌을 배울 수 있다. 실력 향상의 지름길은 정말 잘하는 팀에서 잘하는 선수들이 어떻게 치는지 보고 자신의 골프 실력 향상을 위한 플랜을 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시우 코치는 실제 자신의 동계훈련 캠프에서 있었던 일을 예로 들었다. 2024년 3승을 거두며 “늦게 핀 꽃이 아름답다”는 감동을 주었던 배소현은 훈련 때마다 고진영과 박현경처럼 뛰어난 후배들에게 배우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았다. 실수가 거의 없는 고진영의 웨지 샷 능력을 열심히 관찰하면서 클럽이 공을 치고 잘 빠져나가는 모습에 주목했다. 다른 선수가 하는 샷을 따라 하면 당연히 미심쩍은 부분이 생긴다. 점점 그 과정에서 좋아지는 걸 느끼면 코치의 설명을 받아들여서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능력도 향상된다.
이 코치는 “골프 실력은 신뢰가 쌓이는 과정”이라고 했다. 골퍼가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는 것은 실수를 유발하던 오랜 습관을 벗어나는 어려운 과정이기도 하다.
드라이버를 엎어치는 경우는 초보자만 그런 게 아니다. 정상급 선수라도 마음이 급해지거나 거리를 내려다 보면 스윙 리듬이 흐트러지면서 상체가 덤비는 엎어치는 스윙을 하게 된다. 이럴 경우 코치가 “드라이버를 엎어치고 있다”고 지적하면 두 가지 반응이 나온다고 한다. “그러면 이렇게 쳐볼까요?” 하면서 바로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선수가 있고, “내가 엎어치고 있다고요?”라며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이는 선수가 있다. 이런 가운데 하나둘 신뢰가 쌓이면서 호흡이 잘 맞게 되면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 이 코치는 2024년 함께하는 선수들이 프로 대회 14승을 거둔 비결을 2024년 초 60일간 하루도 쉬지 않고 이어진 베트남 동계훈련 덕분이었다고 했다. 2024년 4승을 거둔 리디아 고와 나란히 3승을 거둔 배소현과 박현경은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뜻밖에도 답은 “욕심”이라고 했다. “반드시 우승하겠다는 긍정적인 의미의 ‘욕심’을 갖고 예전의 자신을 가로막던 습관을 없애는 힘들고 불편한 과정을 마다하지 않고 해낸 선수들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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