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

후원
민학수의 올댓골프는 신한금융지주와 함께합니다

영상

Post Page Advertisement [Top]

11월 16일 LPGA투어 안니카 드리븐 3라운드 13홀 경기에서 넬리 코르다가 티샷을 하고 있다. /사진 AFP연합

골프 흥행에 찬물을 끼얹는 거북이 골퍼는 어떻게 퇴치할 수 있을까. 이들은 “샷하기 직전 볼을 보면서 인생에 대한 깊은 명상에 빠지는 것 같다”는 혹평까지 듣는다. 한 라운드 4시간 30분을 기준으로 삼는 남녀 프로 대회에서 5시간 30분이 훌쩍 넘는 슬로 플레이가 만연하고 있다. 오죽하면 여자 골프 세계 1위 넬리 코르다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의 슬로 플레이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슬로 플레이는 우리를 지켜보는 팬에게도 좋지 않다. 개인적으로 6시간 가까이 걸리는 중계를 보는 건 짜증 나는 일이다. 퍼팅하기 위해 2~3분이 걸린다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슬로 플레이로 18홀 경기 5시간 넘게 걸려 종료


11월 20일(이하 한국시각) LPGA투어 시즌 최종전인 CME 그룹 투어챔피언십을 앞두고서였다. 코르다는 한 주 앞서 열린 LPGA투어 안니카 드리븐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3라운드에서 코르다가 속한 마지막 조(오후 12시 13분 티 오프)는 18홀 경기 소요 시간이 5시간 38분 걸렸다. 해가 져서 그린에 볼이 잘 보이지 않을 때가 돼서야 끝이 났다. 이로 인해 TV 중계 시간도 51분이나 초과했으며 중계방송사인 골프 채널은 중계 시간을 늘려야 했다.


코르다는 “선수 입장에선 자기 차례가 오면 샷 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정말로 큰 변화가 필요하다”며 “퍼팅 프로세스를 너무 늦게 시작하고 그린에 너무 오래 서 있는다” 고 지적했다. 코르다는 “첫 조부터 경기 위원이 따라다닌다면 경기 속도가 빨라질 것이다. 슬로 플레이에 대한 페널티도 과감하게, 자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코르다와 3라운드를 함께했던 찰리 헐(잉글랜드)은 삼진 아웃 제도를 도입하자고 했다. “무자비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슬로 플레이로 세 번 벌타를 받으면 즉시 투어 카드를 회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벌타를 받아 순위가 떨어진 선수도 있다. 3월 3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리브(LIV) 골프 3차 대회 최종 3라운드 18번 홀(파5)에서 아드리안 메론크(폴란드)가 슬로플레이 지적을 받아 1벌타를 받았다. 그가 이 홀에서 기록한 버디는 파로 바뀌었다.메론크는 18번 홀에서 두 번째 샷을 하는 데 무려 2분이 걸렸다. LIV 골프는 “메론크가 골프 규칙에 따른 할당된 시간(40초·최초의 선수는 10초 추가)을 초과해 1벌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메론크는 벌타를 받지 않았다면 공동 5위로 상금 75만달러를 받을 수 있었지만, 1벌타를 받아 공동 6위, 상금 50만8750달러에 그쳤다. 슬로 플레이로 24만1250달러를 날린 셈이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의 패트릭 캔틀레이(미국), LIV 골프의 브라이슨 디섐보(미국), LPGA투어의 카를로타 시간다(스페인) 등은 오래전부터 슬로 플레이에 대한 지적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들은 좋은 플레이를 위해 충분한 준비를 하고 샷을 하는 것뿐이라고 항변한다. 


7월 19일(이하 현지시각) 디오픈 챔피온십 2라운드 6번 홀 경기에서 브라이슨 디섐보가 생각에 잠겨있다. /사진 로이터연합

디섐보의 슬로 플레이, 갤러리 영상에 찍혀 논란

슬로 플레이의 ‘진상’이 한 갤러리의 촬영 화면에 고스란히 담긴 적이 있다. 

2019년 8월 PGA투어 노던트러스트 오픈에 출전한 디섐보(PGA투어 활동 당시)는 70야드짜리 어프로치샷을 하는 데 탄착 지점인 그린까지 왔다 갔다 하면서 3분을 썼다. 2.4m 거리의 퍼트를 하는 데는 2분 이상을 소모했다. 갤러리가 촬영한 장면이 공개되면서 인터넷이 들끓었다. 디섐보는 “특수한 상황이었다. 다른 선수도 샷 시간이 긴데 왜 나만 비난하느냐”고 볼멘소리를 했다가 더 큰 비난이 쏟아지자 “앞으로는 빨리 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꼬리를 내렸다. 

‘40초 룰’이 개별 선수의 슬로 플레이에 대한 벌타 기준이다. 실제 슬로 플레이를 징계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대회 중 경기 페이스에 대한 지침을 준다. 경기 시간은 3인 1조의 경우 기본적으로 파 3홀 11분, 파 4홀 14분, 파 5홀 17분을 기준으로 난이도와 홀 간 이동 거리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 4시간 30분이 보통이고, 한국의 산악 지형 코스에서는 이동 거리 때문에 5시간 초반이 나오기도 한다. 2인 1조의 경우에는 한 라운드 4시간을 기준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 LIV 골프 제다 대회에서 벌타가 주어진 과정은 어떻게 진행됐을까.

벌타를 받은 메론크는 욘 람(스페인), 케빈 나(미국)와 함께 경기했다. 메론크 조는 10번 홀 이후 경기 위원에게 경기 속도가 느리다는 경고를 받았다. 경고 이후 4홀이 지났을 때 이들은 앞 조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경기 위원은 결국 시간을 재기 시작했다. 선수들은 40초 안에 샷을 해야 하고 가장 먼저 샷하는 선수는 10초를 더 쓸 수 있다. 결국 메론크가 18번 홀에서 두 번째 샷을 하는 데 2분이 걸리면서 벌타를 받게 된 것이다. 

3월 3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리브(LIV) 골프 3차 대회에서 슬로 플레이로 1벌 타를 받아 상금 24만1250달러를 날린 아드리안 메론크. 사진은 메론크가 5월 5일 LIV 골프 싱가포르 대회에서 퍼트를 준비하는 모습. /사진 로이터연합
타이거 우즈 주도 스크린 골프 투어 TGL, 40초 시간제한 '샷 클락' 도입

대한골프협회에서 골프 룰을 담당하는 구민석 팀장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경기 페이스를 따라가지 못하는 선수에 대해 처음에는 ‘아웃오브포지션(out of position)’ 경고를 준다. 그리고 시간 측정에 들어간다. 40초 룰의 첫 번째 위반(배드 타임·bad time)에 대해서는 공식 경고를 하고, 두 번째는 1벌타를 준다. 세 번째는 추가로 2벌타를 주며 네 번째는 실격 처리한다. 투어에서는 1년 동안 배드 타임에 대한 누적 경고 시스템을 사용한다. 시간 측정 시 볼에 다다르는 충분한 시간을 주고, 플레이할 수 있는 조건에서 3초 후 시간 측정에 들어간다.” 

오래전부터 ‘필드 위의 거북이’들은 따가운 눈총을 받아 왔다. 동반 플레이어의 리듬을 무너뜨리고 경기 시간을 지연시켜 골프 인기를 떨어뜨린다는 비판이다. 하지만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실제 경기위원회가 현저히 경기 진행 속도가 느리다는 판정을 내린 조의 선수들에 대해서만 경고 후 ‘초읽기’를 하기 때문에 실제로 처벌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슬로 플레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레디 골프(Ready Golf)’가 습관이 되도록 해야 한다. 다른 선수가 샷을 하는 동안 충분히 준비해서 자신의 차례가 되면 바로 샷을 하도록 해야 한다.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레프리가 편견 없이 공정한 플레이 속도 지침 규정을 엄격히 시행하고 선수는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문화가 자리 잡도록 해야 한다. 내년 1월 출범하는 타이거 우즈 주도의 스크린 골프 투어 TGL에서는 매 샷에 40초 시간제한을 두는 ‘샷 클락’을 도입한다. 스크린 골프라서 바로 적용 가능한 아이디어지만 슬로 플레이 근절을 위해서는 실제 투어 도입도 검토할 만하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

Bottom Ad [Post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