잰더 쇼플리(31·미국)만큼 일요일 후반 9홀의 중압감을 잘 이해하는 선수도 없을 것이다. PGA투어에서 여러 차례 우승하고도 그에게는 ‘준우승 전문가’란 달갑지 않은 별명이 붙어있었다. 우승 경쟁을 벌이다 가장 힘을 내야 할 마지막 순간 오히려 부담을 느끼고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까지 180개 대회에서 우승 9번, 준우승 14번, 3위 9번, 5위 이내 44번을 기록했다. 메이저 대회에서도 2018년 디오픈과 2019년 마스터스 준우승을 차지했다. 2019년 마스터스는 타이거 우즈가 부활의 우승을 차지했던 그 대회다. 하지만 지난 6월 PGA챔피언십에서 4대 메이저 대회 사상 최다 언더파 스코어인 21언더파 263타로 메이저 첫승을 차지하고는 ‘우승 전문가’로 거듭났다. 그가 터득한 비결은 별 것 아닐 수 있다. ‘서두르지도 늦추지도 않고 자신의 페이스를 철저히 지키는 것’이다.
쇼플리는 22일 영국 스코틀랜드 사우스 에어셔의 로열 트룬 골프클럽(파71·7385야드)에서 열린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제152회 디 오픈(총상금 1700만 달러)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6개를 뽑아내는 무결점 경기를 선보이며 6언더파 65타를 쳤다. 최종 합계 9언더파 275타를 기록한 쇼플리는 공동 2위(7언더파)인 저스틴 로즈(잉글랜드)와 빌리 호셸(미국)을 2타 차이로 제치고 정상에 올라 시즌 두번째 메이저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트리스턴 로렌스(남아공)가 4위(6언더파)로 대회를 마쳤다.
쇼플리는 2014년 로리 매킬로이 이후 10년 만에 PGA챔피언십과 디오픈에서 우승한 선수가 됐다.
쇼플리는 3라운드까지 4언더파 선두였던 빌리 호셸(미국)에 1타 뒤진 공동 2위로 최종라운드를 출발했다. 쇼플리는 6번과 7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은 데 이어 후반 들어 가장 어려운 11번 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 공동 선두에 올랐다. 쇼플리는 13번 홀(파4)에서 버디를 잡으며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고, 공동 선두였던 로렌스가 12번 홀(파4)에서 보기를 하며 2타 차로 벌어졌다. 쇼플리는 16번 홀(파5)에서 버디를 추가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쇼플리 아버지 슈테판은 독일 10종 경기 대표 출신이다. 팀 훈련 캠프로 가던 중 교통사고로 한쪽 눈 시력을 잃으면서 올림픽 꿈을 접었다. 하지만 클럽 프로로 활동하며 아들을 PGA 투어 선수로 키워냈다. 쇼플리는 2020 도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아버지 한을 풀었다. 어머니는 대만계로 두 살 때부터 일본에서 자랐다. 그래서 대만과 일본에 모두 친척들이 살고 있다. 아내 마야 어머니도 일본인이다. 그래서 그는 평소 “코즈모폴리턴(세계인)이기 때문에 세계 골프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고 한다.
임성재는 이날 이글 1개, 버디 4개, 보기 2개, 더블 보기 1개로 2타를 줄이며 합계 1언더파 283타로 세계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와 나란히 공동 7위를 차지했다. 임성재는 디오픈에 네 차례 출전 만에 첫 톱10을 기록했다. 임성재는 그동안 링크스 코스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으나 지난 주 스코틀랜드에서 열린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에서 공동 4위에 오른 데 이어 또 다시 링크스 코스에서 열린 디오픈에서 톱10에 들며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안병훈이 공동 13위(1오버파), 김민규 공동 31위(6오버파)였다. 김시우가 공동 43위(8오버파), 왕정훈이 공동 60위(11오버파), 송영한이 공동 72위(14오버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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