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한 번 하기도 어려운 홀인원을 2홀 연속 기록한 기적의 사나이가 탄생했다.
홀인원(Hole In One)은 ‘Hole Made In One Stroke’의 준말로 일반적으로 파 3홀에서 티샷한 공이 바로 홀에 들어간 경우를 가리킨다. 홀인원 확률은 아마추어는 1만2000분의 1, 프로선수는 3500분의 1 정도로 알려졌다. 대개 정규 18홀 골프장에서 홀인원을 할 수 있는 파3홀은 전·후반 2개씩 모두 4개가 있다. 공을 1만2000번 쳐야 홀인원이 한 번 나온다고 하면 3000 라운드를 돌아야 홀인원을 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진기한 기록이 작성된 무대는 29일 50세 이상 선수들이 겨루는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스 투어 메이저 대회 가운데 하나인 US시니어 오픈 골프 대회 2라운드가 열린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뉴포트 컨트리클럽(파70). 한국의 최경주(54)와 양용은(52)도 출전한 대회다.
뉴욕에서 레슨을 하는 프랭크 벤셀 주니어(56)는 2라운드 4번 홀(파3·173야드)에서 6번 아이언으로 친 공이 그린 앞쪽에 떨어지고 나서 몇번 그린을 튕기고 홀로 굴러 들어가 첫 홀인원을 기록했다. 캐디백을 멘 열네살 아들 헤이건이 7번 아이언을 건넸지만, 공이 짧을까 봐 6번을 선택한 게 신의 한 수가 됐다. 그리고 이 골프장은 정말 보기 드물게 파3홀이 연속으로 이어졌다. 5번 홀(파3·202야드)에서 다시 6번 아이언으로 티샷한 공도 그린에 떨어지고 홀로 빨려 들어가는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벤셀 주니어는 “첫 번째 홀인원을 하고는 언더파를 치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연달아 두 번째 홀인원이 나오고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벤셀 주니어는 프로 무대에서는 이렇다 할 성적은 없다. PGA투어에서 1998년에 6차례 출전한 적이 있으며 최근에는 2021년 PGA 챔피언십에도 나간 적이 있다. 50세 이상이 출전하는 PGA투어 챔피언스에도 지금까지 3번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홀인원이 13번째, 14번째일 정도로 아이언 샷의 정확성이 뛰어나고 행운도 따르는 편이다.
대회를 주관한 미국골프협회(USGA)도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공식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올해 US시니어 오픈은 1894년 출범한 USGA가 이듬해부터 주관한 각종 공식 대회 가운데 1001번째 대회다. 2홀 연속 홀인원은 사상 처음이다. 한 라운드 2개의 홀인원이 나온 적은 딱 한 번 있었다. 1987년 댈러스의 브룩 할로우 골프장에서 열린 US 미드 아마추어 대회에서 도널드 블리스가 10번 홀(10번 홀 출발)과 8번 홀에서 기록한 것이 처음이었다. 2홀 연속 홀인원은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주요 투어에서 다시 나올 가능성이 거의 없다. 워낙 확률이 희박한데다 파3홀을 연속으로 배치한 골프장도 거의 드물기 때문이다.
미국 홀인원 기록집(the Hole-In-One Registry)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3500라운드에 한 번꼴로 홀인원이 나온다. 한 라운드에 홀인원을 두 번 할 확률은 6700만분의 1로 추정된다. 2홀 연속 홀인원 확률은 지금까지 계산된 자료가 없다.
하지만 벤셀 주니어는 홀인원 두 방으로 4타를 줄이고도 컷 탈락했다. 홀인원 이후 4연속 보기를 쏟아냈고, 후반에도 보기 3개를 추가해 2라운드 4오버파 74타를 적어냈다. 2라운드 합계 9오버파 149타였다. 컷 통과 기준은 2오버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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