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학수의 올댓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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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텍사스주 더블린의 벤 호건 박물관. 사진 위키미디어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샷은 다음 샷이다(The most important shot in golf is the next one).” 


“골프는 실수의 게임이다. 더 좋은 실수(다음 샷을 하기 좋은)를 하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This is a game of misses. The guy who misses the best is going to win).”


제2차 세계대전 참전과 목숨을 잃을 뻔한 교통사고 등 상상하기 어려운 숱한 역경에서도 골퍼 벤 호건(1912~97)은 41년간의 선수 생활 동안 메이저 9승(마스터스 2회, US오픈 4회, PGA 챔피언십 2회, 디오픈 1회)을 포함해 미국프로골프(PGA)투어 64승을 거두었다. ‘불굴의 승부사’였던 그는 주옥같은 명언을 남긴 ‘골프계의 셰익스피어’이기도 했다. 


워낙 경기에 몰입해 필드에선 거의 입을 열지 않아 ‘아이스 맨’이라 불렸지만, 기자회견과 인터뷰에선 ‘명언 제조기’였다. ‘골프는 실수의 게임(Golf is a game of misses)’이란 호건의 명언은 골프 게임의 본질을 간파한다. 평생에 걸쳐 완벽한 스윙을 갈구했으면서도 그는 한 경기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원하는 결과의 샷이 나오는 경우는 대여섯 번 미만이라고 했다. 이런 골프 경기에서 우승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원하는 결과와 다른 샷이 나올 경우에도 최대한 ‘좋은 실수(good miss)’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좋은 실수는 전략적인 실수(mistake)와는 다른 개념이다.


100% 원하는 거리와 방향의 샷이 나오지 않더라도 그다음 샷으로 만회할 기회를 얻도록 계획하는 것이다. 호건은 이처럼 골프라는 게임의 본질이 완벽한 스윙에 있지 않고 실수하더라도 다음 샷을 통해 만회가 가능한 범위 안에 두려는 노력이라고 본 것이다.


1 미국 골퍼 벤 호건(1950년). 2 벤 호건이 제임스 스탠디시 USGA 회장으로부터 1950년 US오픈 골프 컵을 수여받고 있다. 3 1950년 리비에라 카운티 클럽에서 열린 로스앤젤레스 오픈에서 벤 호건이 티샷을 하고 있다. 사진 위키미디어


‘모던 골프 스윙의 아버지’ 칭호 얻어


호건은 1912년 미국 텍사스주 더블린 근교에서 태어났다. 대장장이였던 아버지는 호건이 아홉 살 때 집에서 권총으로 자살했다. 아버지가 자살하는 모습을 어린 호건이 직접 목격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평생 지독하게 노력하고 내성적이고 차가울 정도로 냉정함을 잃지 않는 성격이 된 것도 그 트라우마 때문이라고 한다.


어머니의 삯바느질로 가계를 꾸려갈 수밖에 없게 되자 호건의 형은 학교를 중퇴했고 호건은 기차역 근처에서 신문팔이를 했다. 열한 살 때 호건은 동네 친구 귀띔으로 골프장에 일자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캐디였다. 열일곱 살에 프로로 전향할 때까지 그는 어깨너머로 골프를 익혔다. 함께 캐디를 하던 동갑 친구 중 한 명이 PGA투어 11연속 우승 기록을 지닌 바이런 넬슨이다. 


그는 20대 중반까지 넬슨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가 첫 우승을 한 것은 프로 데뷔 10년 만인 스물여섯 살 때였다. 1938년 첫 우승의 물꼬를 튼 호건은 1940년 3주 연속 우승을 포함해 4승, 1941년 5승, 1942년 6승 등 기록적인 우승 행진을 벌인다. 


키 172㎝ 몸무게 65㎏인 그는 신체 조건의 열세를 극복하고 장타를 치기 위해 심한 스트롱 그립(왼손을 오른쪽으로 많이 돌려 쥐는 것)을 했다. 엄청난 훅(공이 왼쪽으로 크게 휘는 것)으로 고생했다. 독학 골퍼였던 그는 자신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언제나 완벽한 샷을 할 수 있는 비법을 연구하고 나섰다. 이런 그가 스윙의 기본 원칙을 정립해 ‘모던 골프 스윙의 아버지’라 불린다. 그가 쓴 ‘벤 호건의 다섯 가지 레슨(BEN HOGAN’S FIVE LESSONS)’은 지금도 전 세계 골퍼의 사랑을 받고 있다.


호건은 워낙 연습하기를 좋아해 “연습을 발명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였다. 누구나 좋은 골프 스윙을 구사할 수 있지만 “진흙 속에 묻혀 있는(in the dust)’ 것을 캐내기 위해서는 연습과 반복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너무나 연습을 하고 싶어 아침에 일어나는 것을 기다릴 수 없을 정도였다”고 했다.


완벽을 추구하는 지독한 노력의 힘


“남보다 잘하고 싶다면 남보다 더 연습하라(If you can’t outplay them, outwork them).”


“나는 늘 누구보다 더 많이 노력했다. 노력이 어떤 사람에게는 성가신 모양이지만 나는 전혀 그런 적이 없었다(I always outworked everybody. Work never bothered me as it bothers some people).” 


그는 하루 12시간 골프를 치고 샷 연습을 했지만, 숙소로 돌아가서도 자기 전까지 퍼팅과 스윙 연습을 했다. 잠들기 전 한두 시간은 머릿속으로 18홀을 도는 이미지 훈련을 했다. 호건 이전엔 라운드를 마치고 마무리 연습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호건은 연습 효과가 가장 좋은 시간을 라운드 직후로 보았다. 자신이 어떤 경기를 했는지 잘 기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습을 게을리하는 만큼 발전도 더디다(Every day you miss playing or practicing is one day longer it takes to be good).”


“나는 라운드를 돌 때마다 골프에 대한 새로운 무언가를 배웠다(I never played a round when I didn’t learn something new about the game).”


호건은 코스를 세분화해서 매 샷을 전략적인 관점에서 접근했다. 샷을 할 때 기점이 되는 나무까지의 거리, 피해야 할 벙커나 해저드까지의 거리 등을 세밀하게 기록했다. 이런 코스에 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빅데이터를 쌓으면서 실수할 가능성을 줄여 나갔다. 연륜이 쌓일수록 호건의 경기는 빈틈이 없어졌다. 


정상을 향해 질주하던 호건에게 불청객이 찾아왔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3년 3월부터 1945년 6월까지 2년 넘게 미군 조종사로 활동했다. 


하지만 그는 전쟁이 끝나고 오뚝이처럼 돌아왔다. 그 힘은 완벽을 추구하는 지독한 노력이었다. 호건은 1946년 첫 메이저대회 우승인 PGA챔피언십을 포함해 무려 13승을 거두며 최고의 자리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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