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람이 몰아친 제주에서 46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사상 첫 4라운드 대회 노보기 우승을 눈앞에 뒀으나 딱 한 개의 보기가 아쉬웠다. 7번 홀(파4) 그린에서 15m 거리를 남겨 놓고 3퍼트를 했다. 대회 61번째 홀에서 나온 첫 보기였다. 그린에 물이 고여 원래 공이 놓인 지점에서 3m 정도 오른쪽으로 옮기는 구제를 받고 퍼트했는데 첫 퍼트가 너무 길었고 3m 파 퍼트도 홀을 빗나갔다. 박지영은 “그린에 물기가 많아 나도 모르게 너무 세게 쳤다”며 “첫 기록이 되는줄 모르고 경기했었다”고 아쉬워했다. 하지만 ‘꾸준함의 대명사’ 박지영(27)은 통산 6승째를 올리며 상금·대상·평균 타수 등 주요 부문 1위에 올랐다.
박지영은 16일 제주 더시에나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KLPGA투어 에버콜라겐·더시에나 퀸즈크라운(총상금 8억원)에서 버디 3개, 보기 1개로 2타를 줄여 합계 18언더파 270타를 기록했다. 박지영은 2위 이승연(25·16언더파 272타)을 2타 차로 제치고 우승을 차지해 상금 1억4400만원과 대상 포인트 60점을 받아 두 부문 모두 1위(6억3456만원·326점)로 올라섰다. 평균 타수 부문 1위(70.19타) 자리도 유지했다.
박민지(25)는 이번 대회에서 컷 탈락해 상금 2위(5억887만원)로 밀렸다. 대상 포인트 1위였던 홍정민(318점)은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다. 박지영은 지난해 12월 2023시즌 개막전으로 열린 하나금융그룹 싱가포르 여자오픈에 이어 7개월 만에 시즌 2승을 올려 박민지(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와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우승)에 이어 시즌 두 번째 다승자가 됐다. 박지영은 “처음 시즌 다승을 올려 꿈만 같다”고 했다. 2015년 신인왕 출신인 박지영은 지난해 이 대회에서 우승자 윤이나(20)에게 한 타 뒤져 준우승한 아쉬움을 씻어내며 통산 6승째를 달성했다. 박지영은 “지난해까지 비오는 날은 훈련도 안했는데 비오는 날 열리는 대회도 대회라는 이야기를 듣고부터 열심히 준비한 게 도움이 됐다”고 했다.
박지영은 3라운드까지 강풍이 부는 가운데 보기 없이 버디 16개를 잡아내는 완벽에 가까운 경기를 했다. KLPGA투어에선 2008년 신지애를 비롯해 5명이 3라운드 대회 노보기 우승을 한 바 있지만 4라운드 노보기 우승은 없었다.
3라운드까지 2위 이승연에게 2타 앞선 선두였던 박지영은 이날 굵은 빗줄기 속에서도 2번 홀(파4)과 4번 홀(파5), 6번 홀(파5)에서 ‘징검다리 버디’를 잡아내며 한때 5타 차로 앞서 나갔다. 하지만 빗물이 많이 고여 있어 챔피언 조 선수들이 한참을 기다려 공 위치를 옮기는 등 구제를 받고 퍼트를 했던 7번 홀(파4)에선 흐름이 바뀌었다. 이 홀에서 이승연이 5ｍ 버디 퍼트에 성공하고 박지영은 보기를 하면서 둘의 간격은 3타차로 좁혀졌다. 이후 박지영은 파를 지키는 안정적인 경기 운영 능력을 보이며 선두 자리를 지켰다.
박결(27)이 3위(15언더파)에, 손예빈(21)이 코스 레코드 타이인 8언더파를 쳐 4위(14언더파)에 올랐다. 이소미(24)와 최예림(24), 마다솜(24)이 공동 5위(13언더파)였다. 장타 신인 방신실(19)은 공동 59위(1오버파)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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