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승부사의 출현을 알리는 강렬한 첫 우승이었다. 2020년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에 데뷔한 고군택(24)은 16승을 거둔 박상현(40)과 5승의 서요섭(27)과 같은 챔피언조에서 18홀 혈투를 벌인 끝에 최후의 승자가 됐다. 박상현은 승부의 흐름을 예민하게 읽을 줄 알고 격정적인 몸짓으로 팬의 함성을 경기에 끌어들일 줄 아는 백전노장이다. 강한 담금질로 우람한 팔뚝을 지닌 서요섭은 장타 능력과 다양한 샷을 만들어내는 능력에서 출중한 20대의 선두 주자다. 우승 인터뷰에서 떨려서 혼났다고 말한 고군택은 실제 경기에서는 위기 상황에서도 동요하지 않고 자신의 경기를 해냈다. 이날 같은 경기 운영 능력이라면 앞으로도 우승 기회를 많이 만들 수 있을 것이다.
16일 강원 춘천 라비에벨CC 올드 코스(파72)에서 막을 내린 코리안 투어 개막전 DB손해보험 프로미 오픈. 고군택은 대회 최저타수인 20언더파 268타를 기록했다. 이전 기록을 1타 경신했다. 제주도 출신인 고군택은 지난겨울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제주도의 골프 아카데미 선수들과 동계훈련을 함께했다. 평소 아쉽게 생각하던 드라이버 샷의 거리를 늘리고 드로(공이 왼쪽으로 살짝 휘는 샷) 구질 외에도 페이드(공이 오른쪽으로 살짝 휘는 샷) 구질을 안정적으로 칠 수 있도록 하는 등 지난 3년 간 우승 문턱을 오르는 데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능력을 키웠다고 했다. 아마추어 국가대표 출신이지만 프로 무대가 원하는 능력을 갖추는데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고군택은 이날 쟁쟁한 두 선배 틈바구니에서 버디 8개와 보기 1개로 7언더파 65타의 데일리 베스트 스코어를 적어 냈다.
3라운드까지는 서요섭이 14언더파 선두였다. 고군택은 1타차 2위, 박상현은 2타차 공동 3위였다. 막판까지도 이들 셋, 혹은 둘이 공동 선두를 달리는 팽팽한 흐름이 이어졌다. 고군택이 13~15번홀에서 3홀 연속 버디를 잡으며 단독 선두에 올랐다. 그러자 박상현이 16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공동 선두가 됐다. 3라운드까지 사흘간 선두를 달리던 서요섭은 16번홀에서 티샷 OB가 나면서 우승 경쟁에서 밀려났다. 승부는 17번홀(파3)에서 갈렸다. 박상현이 티샷을 그린에 올리지 못해 보기를 하였지만, 고군택은 홀 1.8m에 붙여 버디를 잡으면서 2타차로 앞섰다.
고군택은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티샷이 왼쪽으로 당겨지면서 마지막 위기를 맞았으나, 카트 도로 구제를 받고 나서 침착하게 두 번째 샷을 그린 주변에 보내고 세 번째 샷을 홀에 붙여 파를 지켰다. 고군택은 대회 최저타수인 20언더파 268타로 2위 박상현(18언더파)을 2타 차이로 따돌리며 첫 우승의 기쁨과 함께 1억4000만원의 우승 상금을 받았다. 서요섭은 3위(16언더파)였다. 고군택은 “언제나 묵묵히 아들을 응원해 주신 부모님께 감사를 드린다”고 했다. 감귤농사를 지으며 아들 뒷바라지를 한 부모님도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고군택의 우승으로 지난해 창단한 대보건설 골프단(대표 이석호)도 첫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김동민이 4위(14언더파), 지난해 신인왕 배용준이 5위(13언더파)였다. 조민규와 박은신은 공동 6위(12언더파)로 대회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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