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형이 마스터스 1라운드 13번홀(파3)에서 이글을 잡은 뒤 기뻐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김주형이 1라운드에서 동반 플레이를 한 로리 매킬로이와 악수를 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20달러를 갖고 얼마나 먹을 수 있을까요?” 설레는 표정으로 이것저것 잔뜩 사보이던 김주형(21)이 아이스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 물며 “음~” 감탄한다. 마스터스에서 타이거 우즈(미국)와 연습라운드를 하고 공식 기자회견에도 우즈 바로 앞에 시간대를 배정받는 등 특급 신인 대우를 받는 김주형은 ‘마스터스 먹방 홍보대사’로도 활약한다. ‘샌드위치 1.5달러, 쿠키 1.5달러, 청량음료 2달러, 백포도주 한잔 6달러~’ 등 가격 대비 만족도 높은 음식으로 유명한 마스터스 간이매점의 홍보 영상에 김주형이 등장하는 것. 미국 골프 전문 매체 골프다이제스트는 “테디 베어처럼 사랑스러운 대형 유망주 톰 킴(김주형의 영어 이름)이 유명한 마스터스 먹을거리를 소개한다”고 했다. 현지에선 김주형이 1990년대 우즈처럼 주목받는다고 한다. 김주형이 우즈,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 연습라운드를 하도록 주선한 미국 골프의 레전드 프레드 커플스(미국)는 “나와 타이거는 톰을 사랑하고, 그가 놀라운 선수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마스터스 데뷔전 첫날 김주형은 ‘재능 맛집’처럼 뛰어난 샷 능력과 신인답지 않은 배짱으로 팬들을 열광시켰다. 7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마스터스 1라운드에서 김주형은 버디 2개, 이글 1개, 더블보기 1개로 2언더파 70타(공동 17위)를 기록했다. 그의 경기는 현지 미디어 관계자들이 “10번쯤 출전한 선수 같고 젊은 시절 우즈처럼 거침없이 경기한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홀마다 다양한 클럽으로 티샷하며 공을 다음 샷을 하기 좋은 곳으로 몰고 다녔고,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 위기관리 능력도 빛났다. 같은 조에서 동반 경기를 한 세계적인 스타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이븐파 공동 37위)나 샘 번스(미국·4언더파 공동 6위)에 손색 없는 경기력이었다.
1번홀(파4)에선 우드로 티샷하고 아이언으로 홀 2m에 붙여 버디를 잡았고, 2번홀(파5)에선 그린 주변까지 두 번째 샷을 날리고 웨지 샷을 붙여 가볍게 버디를 추가했다. 350야드 짧은 파4홀인 3번홀에선 아이언 티샷을 한 데 이어 두 번째 샷이 너무 정확히 날아가 깃대를 맞추고 그린 바깥으로 공이 나갔다. 하지만 어프로치 샷에 이어 파퍼트에 성공했다. 5번홀(파4)에선 티샷이 벙커에 빠지고 나서 보기 위기에 맞았으나 그린 주변 칩샷을 그대로 홀에 넣어 타수를 잃지 않았다. ‘수비 골프’에도 솜씨를 보이던 김주형은 13번홀(파5)에서 이글을 잡고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314야드짜리 드라이버 샷을 치고 아이언으로 222야드 거리에서 친 아이언 샷을 홀 3m에 붙여 이글을 잡아낸 것.
4언더파로 6위까진 순위를 끌어올렸던 김주형은 15번홀(파5)에선 아쉽게 더블보기를 했다. 324야드짜리 대포를 날리고 216야드를 남기고 친 두 번째 샷이 벙커에 빠졌다. 벙커에서 친 샷이 그린 아래쪽에 맞더니 데굴데굴 구르기 시작하더니 실개천으로 빠진 것. 경사가 심한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선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걸 실감한 듯 김주형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지만 김주형은 더는 타수를 흔들리지 않고 1라운드를 마무리했다.
김주형은 “어릴 때부터 가장 나오고 싶었던 대회여서 아무래도 더 설렜지만 1번 홀 티잉 구역부터 자신 있게 쳤다”며 “약간 운이 따라주지 않은 것 같지만, 앞으로도 매 샷 내 경기에 집중하겠다”고 데뷔전 소감을 밝혔다. 안정된 경기력의 원동력으론 퍼터 교체를 꼽았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퍼트를 할 때 세트업에 불편함을 느껴 예전에 쓰던 말렛 형(퍼터 헤드가 뭉툭한 모양)으로 바꿨는데 공이 잘 구르고 편하게 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경험이 부족하지만, 실력을 더 끌어올려서 최대한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말했다.
2002년 6월생인 김주형이 우승하면 우즈가 1997년에 세웠던 마스터스 최연소 우승 기록(21세 3개월)을 새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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