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타임 토크] 상반기 2승… 상금 1위 박현경, 주니어 시절 하루 12시간씩 공 쳐
"힘들어도 지겹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골프는 노력하는 만큼 돌아오거든요."
주니어 시절 하루 12시간 2000개씩 손바닥이 터질 정도로 공을 치며 성장한 스무 살 박현경(20)이 이렇게 골프에 대한 애정 고백을 하며 생글생글 웃었다. 2주 휴식을 마치고 30일 제주 세인트포 골프 앤드 리조트에서 막을 올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삼다수 마스터스(총상금 8억원)에 출전한 그는 "기복 없는 플레이를 위해 휴식기에도 스윙을 열심히 다듬었다"고 했다.
박현경은 상반기 9개 대회에서 유일한 다승(2승)을 거두며 상금 부문서도 1위(4억5000만원)를 달린다. 추적 장치라도 달린 듯 홀을 향해 날아가는 날카로운 아이언 샷과 퍼팅이 장기이고, 한번 흐름을 타면 몰아치는 능력이 대단하다.
매년 새 별이 등장하는 KLPGA 투어에서 박현경은 요즘 가장 '핫(hot)'한 선수다. 그런데 "두 차례 우승 빼곤 모두 20~30위권에 머물렀다. 우승뿐 아니라 꾸준히 성적을 낼 실력을 갖고 싶다"고 욕심을 냈다.
오른쪽 사진은 2020년 골프계의 신데렐라 박현경(오른쪽)과 딸의 캐디백을 메는 아버지 박세수씨. 중2 때 찍어둔 상처투성이 손바닥 사진(왼쪽 위)과 중1 무렵 신었던 구멍 난 골프화는 박현경이 소중하게 간직하는 지독한 노력의 상징이다. /민학수 기자 |
2000년생 용띠인 박현경은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뉴트로(New-tro) 골퍼란 느낌이 든다. 지독하게 훈련하는 걸 보면 1988년생 용띠 신지애나 이보미 같은데, 하고 싶은 말 다 하는 건 딱 밀레니얼 세대다.
박현경이 소중하게 간직하는 노력의 상징이 두 개 있다. 하나는 중1 무렵 신었던 골프화다. 얼마나 연습했는지 양쪽 깔창 엄지발가락 부분에 구멍이 나 있다. 또 하나는 상처투성이 손바닥 사진이다. 중2 하반기에 국가대표가 되고 나서 앞으로 더 열심히 하자고 다짐하며 찍었다고 한다. 그는 "아버지가 전주에서 운영하는 실내연습장에서 하루 20~25박스(공 2000개 안팎)씩 쳤다"며 "아침 8시에 시작해도 저녁 8시쯤 돼서야 모두 칠 수 있었다"고 했다. "국가대표 시절 한 살 위 최혜진·이가영 언니와 동갑인 조아연·임희정이 모두 노력파여서 나도 더 열심히 한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국내 남자 프로골프 1부 투어에서 우승을 이루지 못하고 은퇴한 아버지의 한(恨)이 박현경의 어깨에 걸려 있었다. 딸이 어렸을 땐 스윙코치였고, 지금은 캐디 백을 메는 아버지 박세수(52)씨는 아까시나무를 직접 깎아서 클럽을 만들어 프로골퍼까지 된 입지전적인 골퍼다.
이렇게 자수성가한 골프 대디와 그 기대에 중압감을 느끼며 자란 딸의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박현경도 지난해 아버지 대신 다른 캐디와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박현경은 "열심히 하는데도 더 잘해야 한다는 말을 들으면 숨 막힐 때가 있었다"며 "지금은 '아재 개그'도 하면서 친구 같은 캐디가 되려고 애쓰신다"고 했다.
그 얘기를 들으며 빙그레 웃은 아버지 박씨는 "현경이는 어렸을 때부터 한 번도 훈련 시간에 늦은 적이 없다"며 "어릴 땐 세계 1위라는 목표를 정해줬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인성 좋은 골퍼란 칭찬을 듣는 게 보고 싶다"고 했다.
박현경은 동갑내기 라이벌 임희정과 가장 친하다. 쉴 때 노래방도 함께 다닌다. 박현경은 "지난해 맞대결에선 두 번 다 졌는데 올해 우승을 놓고 두 번 맞붙어 모두 이겼다"며 "처음엔 같이 치는 게 껄끄러웠는데 앞으로도 오래 대결할 친구라고 생각하니 재미있고 기대된다"고 했다.
박현경은 '꿈'이란 단어를 가장 좋아한다. 그래서 반려견 이름도 '드림이'라 지었다. 그는 "좋아하는 골프를 선수로서 오랫동안 즐기고 싶은 게 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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