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우승은 한 번, 준우승은 9번을 해 '준우승 전문가'란 달갑지 않은 꼬리표가 붙어 있었다.
이런 김지영(24)에게 3년여 만의 우승까지 6m 거리가 남아 있었다. '지나가게만 치면 들어간다'고 생각했다. 거짓말처럼 이글 퍼팅이 홀로 빨려들어가자 두 팔을 치켜드는 김지영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지난 2년간 멘털 트레이닝으로 자신감을 키워온 덕분이었다.
김지영이 28일 경기도 포천힐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KLPGA 투어 BC카드·한경레이디스컵에서 연장 승부 끝에 우승을 확정하고 환호하는 모습. /KLPGA |
김지영이 28일 경기도 포천힐스 컨트리클럽(파72)에서 막을 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BC카드·한경레이디스컵(총상금 7억원)에서 2차 연장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
김지영은 데뷔 이듬해인 2017년 5월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첫 승을 따낸 뒤 3년여 만인 1142일 만에 2승째를 거두며 상금 1억4000만원을 받았다.
데뷔 첫해 준우승 2회를 포함해 김지영이 거둔 준우승은 모두 9차례다. 지난해에도 준우승만 4차례 했다. 김지영은 "멘털 코치의 도움을 받고 스윙도 바꾸면서 시즌을 준비했지만 막상 이번 시즌을 준비하기 두려웠다"고 했다. 게다가 지난 14일 S-OIL챔피언십에서는 2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렸으나 악천후로 취소되면서 우승 기회를 날렸다.
2타 차 공동 2위로 4라운드에 나선 김지영은 2~5번 홀에서 4연속 버디를 잡는 등 버디 6개, 보기 1개로 5타를 줄여 합계 18언더파 270타를 기록해 박민지(22)와 연장에 들어갔다.
매년 1승씩 3승을 거뒀고 그중 2승을 연장에서 거둔 박민지가 유리해 보였다. 짧은 파5홀인 18번 홀(445m)에서 열린 1차 연장에서는 버디로 비겼다.
김지영은 두 차례 연장에서 모두 티샷을 280야드나 날리는 등 특유의 장타력을 과시했다. 김지영은 "연장에 들어가기 전 18번 홀에서 버디를 잡지 못하고, 박민지가 버디를 잡을 때는 '또 준우승인가' 불안감이 있었다"며 "애매하게 치지 말고 마음먹은 대로 치자는 마음으로 연장에 나섰다"고 했다.
김지영은 멘털 트레이닝을 통해 자신을 믿고 플레이하는 방법을 조금씩 깨달았다고 했다. 원리는 단순했다. 긍정적인 생각으로 마음을 채워 부정적인 생각이 들어올 틈을 없애는 것이다. 그는 "오늘 동반 플레이어들과 재미있게 즐기자는 마음으로 나왔다"며 "퍼팅 때는 무조건 들어간다고 생각하니 어려운 퍼팅도 많이 들어갔다"고 했다.
김효주(25)는 이날 9번 홀까지 마친 뒤 목 통증으로 기권했다. 하지만 시즌 상금 3억2000여만원으로 상금 1위는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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