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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영, 한다 빅 오픈 우승… 유소연·최혜진과 연장전 끝에
작년 성적 부진으로 시드 잃어 "내 경력상 Q스쿨 응시하기엔… 골프 아예 그만둘까도 생각"
Q스쿨 2등 하며 자신감 얻어… 33세 LPGA 우승, 한국인 최고령

깃대가 휘어져라 부는 시속 47㎞ 강풍도 박희영(33)이 지난해 겪은 참담한 경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박희영은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투어 2019시즌 상금 랭킹 110위(10만3327달러)에 머무르며 시드를 잃었다. 16개 대회에 나가 20등 안에 든 게 고작 두 번이었다. '스윙이 아름다운 선수'로 꼽히면서 한국 투어 4승, 미국 투어 2승을 거둔 그는 자존감이 바닥에 떨어져 지난 시즌 후 "골프 더 못하겠다"고 울먹였다. 그러나 곧 마음을 다잡고 열 살 이상 더 어린 신인들과 섞여 퀄리파잉(Q)스쿨을 치렀다. 2008년 미 LPGA투어 데뷔를 앞두고 Q스쿨(당시 5라운드)을 치른 2007년 이후 12년 만이었다. 그가 8라운드 144홀을 치르는 지옥의 Q스쿨에서 준우승했다는 뉴스를 접한 골프팬들은 오히려 "박희영이 그 정도로 망가졌었나?"라고 놀라워했다.

한국 선수들끼리 화기애애한 연장전 - 띠동갑 박희영(33·왼쪽)과 최혜진(21)이 연장 4차전까지 가는 접전을 마치고 서로를 격려하며 환하게 웃었다. 박희영이 9일 호주 빅토리아주 서틴스 비치 골프링크스의 비치코스에서 열린 미 LPGA투어 한다 빅 오픈에서 6년 7개월 만에 투어 3승째를 올렸다. /호주골프협회

박희영은 "결혼하고 가정주부와 골프를 병행하면서 바빴다. 이제 골프를 그만둬야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남편은 은퇴하더라도 명예롭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해 마음을 바꿨다"고 했다. 그는 "Q스쿨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고, LPGA투어 13번째 시즌이지만 마치 루키 시즌을 맞이한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9일 호주 빅토리아주 서틴스 비치 골프링크스의 비치코스(파72)에서 열린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투어 ISPS 한다 빅 오픈 최종 4라운드. 퍼팅 때 퍼터 헤드가 흔들릴 정도로 불어오는 강풍 앞에서 박희영은 그저 눈앞의 샷에만 집중하면서 극적인 역전승을 차지했다. 박희영은 "나는 결코 멈추지 않았다. 우승은 신이 준 선물 같다"며 감격했다.

선두에 3타 차 4위로 4라운드를 출발한 박희영은 마지막 18번 홀에서 버디를 잡아 8언더파 281타를 기록하며 극적으로 연장에 들어갔다. 세계 랭킹 191위인 박희영은 18위인 유소연, 27위인 최혜진 등 한국 선수들과 연장전을 치렀다.

박희영은 이날 뒷바람 때문에 아이언으로 투온이 가능한 짧은 파5인 18번 홀(490야드)에서 벌어진 연장에서 가장 일관성 높은 샷을 선보였다. 두 번째 연장에서 유소연이 파에 그쳐 탈락해 띠동갑인 최혜진(21)과 우승을 가리게 됐다. 결국 네 번째 연장에서 최혜진의 티샷이 오른쪽으로 크게 밀려 나무 밑에 떨어지면서 6번째 샷만에 그린에 공을 올렸고, 박희영은 3온 2퍼트로 파를 지키며 우승 상금 16만5000달러(약 2억원)를 받았다.

박희영은 2011년 CME그룹 타이틀홀더스에서 첫 승을 올리고, 2013년 7월 매뉴라이프 파이낸셜 LPGA클래식에서 2승째를 거둔 데 이어 6년 7개월 만에 LPGA투어 3승째를 추가했다. 한국 선수 역대 LPGA투어 최고령 우승 기록(32세 8개월 16일)도 세웠다. 이전 한국인 LPGA투어 최고령 우승자는 지난해 개막전에서 우승한 지은희(32세 8개월7일)였다.

박희영은 2018년 12월 아나운서 조우종씨의 동생인 조주종 YG엔터테인먼트 미국 대표와 결혼해 로스앤젤레스에서 살고 있다. 박희영은 "가족과 남편 등 모든 분에게 보답하게 됐다"며 "다른 한국 선수들에 비해 나이가 많은 편인데 나이 들어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 같아 기쁘다"고 했다. '언제까지 선수생활을 할 것 같으냐'는 질문에는 "이제 모르겠다. 힘닿는 데까지 하겠다"고 했다.

3라운드까지 2타 차 단독 선두였던 조아연은 강풍에 흔들리며 9타를 잃고 공동 16위(3언더파)로 밀려났다.

같은 코스에서 다른 티잉 구역을 사용하며 열린 유러피언투어 한다 빅오픈에서는 LPGA투어에서 활약하는 호주 교포 이민지(24)의 남동생 이민우(22)가 지난해 데뷔 이후 19개 대회 만에 첫 우승을 차지했다.

이민우는 합계 19언더파 269타로 2위 라이언 팍스(호주)를 2타 차이로 따돌렸다. 이민지는 이날 6언더파로 공동 6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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