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2부 생활 5년 만에 손목 나가 2년간 쉬어… 작년부터 기량 회복
"아버지, 감사합니다."
프로 데뷔 13년 만에 처음 우승한 호주 교포 이원준(34·사진)은 눈시울을 붉히며 이렇게 말했다. 30일 경남 양산 에이원 컨트리클럽에서 막을 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KPGA 선수권대회.
이원준은 "호주에서 가게를 하시는 아버지께서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저녁 10시까지 일하시며 내 뒷바라지를 하셨다"며 절절하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는 임신 6개월인 아내와도 뜨겁게 입맞췄다.
이원준은 5타 차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출발했지만 버디3개, 보기 2개, 더블보기 1개를 적어내며 1타를 잃는 바람에 다 잡았던 우승을 놓칠 뻔했다. 마지막 18번 홀에서 티샷이 워터해저드에 빠졌지만 반쯤 물에 잠긴 공을 쳐내 그린 근처까지 보낸 뒤 3m 파퍼트를 집어넣으며 기사회생했다. 이원준은 "마침 프로암 때도 티샷이 비슷한 곳으로 가서 물에 반쯤 잠긴 볼을 쳐 그린에 올렸다. 한번 해봤던 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원준은 이날 4타를 줄이며 추격한 서형석과 나란히 합계 15언더파 265타를 기록했고, 18번 홀(파4)에서 열린 연장전에서 3m 버디를 잡아내며 첫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물에 빠진 공 쳐내 파 기록, 연장전으로 - 이원준이 30일 KPGA 선수권 최종 라운드 18번홀에서 반쯤 물에 빠진 공을 쳐 내는 모습. 이 공을 그린 근처에 떨어뜨려 파로 연결한 이원준은 이어진 연장전에서 버디를 잡으며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연합뉴스 |
그는 주니어 시절 '골프 신동'이라 불렸다. 농구를 하다 15세 때 골프를 시작했는데 190㎝의 키에서 350야드 장타를 때려내며 아마추어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다. 그는 프로 데뷔전 2006년 KPGA투어 삼성베네스트 오픈에서 준우승을 거두었다.
2006년 말 프로로 전향한 그는 2007년 LG전자와 10년 계약을 할 정도로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미국프로골프(PGA) 2부 투어에서 5년여를 보내다가 손목 연골이 거의 닳아 골프를 치기 어렵다는 충격적인 진단을 받고 2년 넘게 골프 클럽을 놓아야 했다. 그뒤 재기해 일본 투어에 진출했지만 허리 부상으로 힘을 쓰지 못했다. 하지만 이원준은 초청 선수로 출전한 이 대회에서 우승 상금 2억원과 2024년까지 KPGA투어 출전권을 받았다. 오는 10월 제주에서 열리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CJ컵 출전권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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