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 피닉스오픈을 끝으로 은퇴한 조니 밀러. photo 뉴시스 |
TV 골프 중계 도중 이미 레전드 반열에 오른 미켈슨을 두고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골프 해설자는 ‘독설가’ 조니 밀러(72·미국) 말고 달리 없을 것이다. 그가 2월 4일 막을 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피닉스오픈을 끝으로 해설을 은퇴했을 때 수많은 팬들이 각종 소셜미디어에 아쉬움을 담은 댓글을 올렸다. “정말 재미있었다. 당신의 해설이 그리울 것”이라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밀러는 1973년 US오픈과 1976년 디오픈 우승을 포함해 PGA투어 25승을 거두었고 마스터스에서는 3차례 준우승했다. 골프 명예의전당 회원이다. 그는 1990년 은퇴 선언 후 미국 방송 NBC 해설자로 30년 동안 골프에 대한 뛰어난 통찰력과 투어 선수들에 대한 비판을 담은 해설로 인기를 모았다.
한국은 유일하게 골프 전문 채널이 두 개 있는 나라이지만 밀러처럼 레전드 출신이자 독설도 마다하지 않는 해설자는 드문 편이다. 밀러는 이렇게 말했다. “해설자로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건 골프와 시청자이지 투어 선수가 아니다. 예전에는 해설자가 선수들과 친분을 유지하면서 좋은 말만 했다. 내가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탁월한 해설자라는 평가를 듣고 싶어서가 아니다. 가르치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다. 중계가 끝났을 때 시청자들이 ‘뭔가 배운 게 있었다’고 느끼기를 바랐다.” 밀러는 ‘사이다’ 해설로 미국 스포츠 중계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테니스의 존 매켄로, 미국 프로농구(NBA)의 찰스 버클리, 미국프로풋볼(NFL)의 크리스 콜린스워스 등이 방송에서 입을 자유롭게 놀릴 수 있게 된 것도 그의 영향 덕분이라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2008년 US오픈에서 타이거 우즈와 18홀 연장전에 이어 19번째 홀에서 서든데스로 패한 로코 메디에이트(이탈리아계 미국 선수)를 두고 “외모가 우즈의 수영장 관리인 같다” “로코라는 이름을 가진 선수가 PGA에서 우승한 적이 없다”는 부적절한 발언을 해 설화(舌禍)에 시달리기도 했다. 선을 넘지 않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밀러는 1973년 가장 어려운 코스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오크먼드CC에서 열린 US오픈에서 마지막 날 메이저대회 한 라운드 최저타인 63타를 치며 역전 우승을 거둔 전설적인 기록을 갖고 있다. 아이언샷의 달인으로 꼽혔던 그는 타이거 우즈가 데뷔 2~3년 차였을 당시 쇼트아이언을 가르쳐줄 수 있느냐며 코치 제의를 받았으나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거절했다는 일화를 밝힌 적도 있다. 그는 자화자찬도 잘했지만 자신과 다른 선수의 잘못에 대해서도 가혹할 정도로 비판적이었다. 심리적 부담으로 경기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선수들의 ‘초크(choke)’ 현상을 간파해 설득력 있게 분석하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밀러가 날린 숱한 독설의 핵심은 “자신에 대해 냉정하지 않으면 실력은 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많은 PGA투어 프로들이 그의 말에 화를 내면서도 정면으로 반박하지 못했던 진짜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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