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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1월 8일 최호성(46)은 골프 선수를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 인연으로 그는 숫자 8을 좋아한다. 두 개의 웨지에 각각 숫자 8을 8개나 새겨 놓았다. 8을 눕히면 수학의 무한대 기호(∞)와 닮은 것도 끝없이 행운과 불운이 이어지는 인생과 닮아 보여 마음에 든다고 한다.

아무튼 그날 최호성은 안양CC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계약직이 되자 아예 프로 골퍼가 돼보겠다고 결심했다. 그의 나이 스물다섯 때였다. 레슨 프로에게 기본기를 배울 돈도 없던 그는 골프 잡지를 스승 삼았다. 손님들이 보던 골프 잡지에 난 스윙 사진과 설명을 읽어보고는 연습장에서 흉내 냈다. 지금까지도 스윙 코치에게 배워본 일이 없다.

해괴망측한 스윙이라고 하는 이도 있었지만 어차피 겉모습은 중요한 게 아니었다. 막노동, 광산 일, 수퍼마켓 배달 등 다양한 일을 하다 지인 소개로 우연히 골프와 인연을 맺은 그였다.

최호성이 그의 낚시꾼 스윙 모습과 호랑이 발톱 모양을 디자인으로 만든 클럽 헤드커버를 들어보이고 있다. /민수용 골프전문 사진작가
포항 수산고 3학년 시절 현장 실습으로 간 참치 해체 작업장에서 전기 톱날에 오른손 엄지 한 마디가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뱃살을 이식했지만 지금도 불편을 겪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일화다. 정작 그는 신체검사에서 병역 면제 판정을 받았을 때 좌절했다고 한다. 해병대나 UDT에 갈 꿈을 꾸던 그에게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일이었다.

하지만 밑바닥 인생이라 해도 좋을 산전수전을 겪으면서도 부모님에게 배운 삶의 자세 덕분에 제대로 인생을 살 수 있었다고 했다. 어머니는 포항 앞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는 해녀이다. 아버지는 어업과 농업 등 눈만 뜨면 일을 해야 생계를 꾸릴 수 있었다. 지난 주말 만난 최호성은 이 말을 꼭 하고 싶다고 했다.

"부모님은 말씀은 거의 없으시지만 몸으로 실천으로 보여주시는 분들이세요. 하루는 성게 다듬는 일을 돕다 여덟 시간을 꼬박 해본 적도 있어요. 몸이 뒤틀려서 죽는 줄 알았어요. 평생 그렇게 사시면서도 불평 한마디 없었죠. 저도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려고 해요."

그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AT&T 페블비치 프로암대회(2월 7일 개막)에 초청받아 꿈에 그리던 PGA투어 데뷔전을 치르게 됐다〈본지 14일 자 A29면 참조〉. 지난해 클럽을 낚아채듯 들어 올리는 독특한 '낚시꾼 스윙'으로 세계적인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맞은 경사다. 20여 년간 프로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다 나온 게 낚시꾼 스윙이다.

최호성은 그 스윙으로 12야드 비거리 증대 효과가 있었다고 했다. 골프는 잘 맞은 공이 디보트에 들어가 낭패를 겪기도 하고, 빗맞은 공이 나무나 바위에 맞고 페어웨이로 들어오는 행운을 잡기도 하는 스포츠다. 그래서 기술보다는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다고 한다.

최호성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세계 골프 팬들을 사로잡은 낚시꾼 스윙의 마법이 어디에서 오는지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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