딤플은 작지만 그 안에는 오묘한 원리가 숨겨져 있다. 볼 비행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한다. |
스코틀랜드의 세인트앤드루스 대학에 다니던 로버트 패터슨(1829~1904)은 가난했다. 골프는 세인트앤드루스의 인기 스포츠였지만 패터슨에게는 골프 볼을 살 여유가 없었다. 당시 소가죽 안에 거위 깃털을 채워 만든 페더리 볼이 무척 귀했기 때문이다. 장인이 하루 종일 작업해야 겨우 서너 개 만들 정도여서 볼 한 개의 값이 클럽보다 비쌀 때도 있었다.
패터슨은 어느 날 소포 하나를 받았는데 상자 안에는 비슈누(힌두교 3대 신 중 하나) 조각상이 들어 있었고, 나머지 공간은 구타페르카로 가득 차 있었다. 고무 성질 같은 구타페르카를 본 패터슨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평평한 판에 구타페르카를 놓고 손으로 이리저리 굴려 골프 볼을 만든 것이다. 1845년의 일이다.
표면이 매끄러운 구타페르카 볼은 그러나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멀리 날아가지 못했다. 그런데 라운드를 하면서 상처가 난 구타페르카 볼은 새 것보다 훨씬 더 멀리 날아가는 게 아닌가. 이후 골프 볼에 어떤 식으로 흠집을 내야 볼이 더 멀리 날아갈 수 있는 지 조금씩 알게 됐고, 그 비밀이 서서히 풀린 1848년부터 구타페르카 볼은 널리 보급되기 시작했다. 골프 볼의 상징인 ‘딤플(dimple)’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오목하게 패인 딤플을 대해 ‘작은 분화구’ ‘보조개’로 표현하기도 하고, 때론 ‘곰보 자국’이라고도 한다. 딤플은 그러나 초창기부터 오늘날과 같은 형태를 가진 것은 아니었다.
19세 후반에는 산딸기 무늬 패턴(The bramble)을 사용했는데 이 형태는 현재의 오목한 딤플과는 정반대였다. 20세기 초에는 줄무늬, 그물 무늬(사각형), 초승달 모양의 홈, 그리고 삼각형에 이르기까지 그 형태가 다양했다.
그렇다면 딤플은 어떤 원리로 골프 볼을 보다 멀리 날게 하는 걸까. 비행 중인 골프 볼은 공기의 저항을 받게 된다. 공기 저항은 크게 두 가지다. 볼의 앞뒤 표면에 작용하는 압력 차이 때문에 생기는 형상 저항(form drag, 形狀抵抗)과 공기와의 부딪힘으로 인해 생기는 마찰 저항이다.
형상 저항은 쉽게 말하면 형태 때문에 발생하는 저항이다. 스포츠카를 유선형으로 제작하는 이유도 이 형상 저항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다. 유선형은 형상 저항이 작은 반면, 골프 볼처럼 둥근 형태는 저항을 크게 받는다.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골프 볼의 표면을 흐르는 공기는 볼의 중간 이후부터는 속도가 급격히 줄면서 뒤쪽의 압력이 현저하게 낮아지게 된다. 그러면 볼의 앞과 뒤의 압력 차이로 인해 저항이 발생하고, 볼은 멀리 날아가지 못하게 된다.
여기서 딤플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공기가 오목하게 패인 딤플을 지나면서 작은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이 소용돌이 덕분에 볼 뒤쪽의 공기 흐름이 한층 원활해지는 것이다. 표면을 무조건 거칠게 한다고 해서 형상 저항과 공기 저항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딤플의 지름과 깊이, 공기 흐름의 속도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딤플의 숫자나 배열 형태, 크기 등도 각양각색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한 개의 골프 볼에도 지름과 깊이가 다른 여러 종류의 딤플이 일정한 패턴으로 배열돼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볼의 딤플 숫자는 300~450개 정도다. 무려 1070개의 딤플이 배열된 볼이 시판된 적도 있었다.
딤플이 볼 표면에서 차지하는 비율(딤플 커버리지)은 보통 75~85%다. 딤플 배열 방식도 업체마다 다양해서 8면체, 12면체, 20면체 등으로 구면(球面)을 나눠 같은 패턴을 반복한다.
타이틀리스트의 경우에는 1973년 정20면체 구조의 볼을 제작한 이후 28년간 이를 유지하다 2011년부터는 정4면체 24조각을 이용한 구조로 변경했다. 또한 2007년부터는 물결무늬 접합선을 도입해 딤플과 딤플이 맞물리도록 해 딤플 커버리지를 높였다.
김현준 타이틀리스트 홍보 담당자는 "볼의 딤플에는 다양한 첨단 과학이 녹아 있다"며 "현재 본사 연구개발 팀에는 물리학자뿐 아니라 화학자, 컴퓨터 공학자, PGA 투어 프로, 잔디 관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있다"고 했다.
[타이틀리스트와 함께하는 골프볼 Q&A]
골프볼 1위 업체인 타이틀리스트가 골퍼들로부터 받는 볼 관련 질문들 가운데 빈도가 높은 질문과 답변을 소개합니다.
Q. 골프 볼에서 딤플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골프 볼의 비행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의 하나가 딤플입니다. 딤플 패턴 혹은 딤플 커버리지의 변화를 통하여 탄도를 포함한 골프 볼 비행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골프 볼의 코어가 엔진이라고 하면, 딤플은 비행기의 날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어떤 방향에서 치더라도 볼의 일관된 비행을 위해선 볼의 대칭축을 포함한 딤플 배치의 일관성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Pro V1과 Pro V1x에 4면체 딤플 디자인을 적용해, 딤플의 패턴이 균일하게 배치되도록 한 것입니다."
Q. 볼 1개당 라운드 횟수는 몇 번이 적당한가요?
"골퍼의 플레이에 따라 교체 주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클럽이나 장애물 타격으로 인한 작은 스크래치 하나도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투어 선수들의 경우에는 볼이 상하지 않더라도 라운드 중 자주 새 볼로 교체하고 있습니다. 평균적으로 세 홀에 하나 정도로 볼을 교체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골퍼의 입장에서 퍼포먼스의 영향을 받는다고 느끼는 순간이 실제로 볼을 교체해서 사용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입니다."
Q. 볼 보관 방법은 따로 있나요?
"재질의 특성상 상온에서 습도의 영향을 받지 않는 곳에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자동차의 내부와 같이 온도 변화가 심하거나 직사광선에 노출된 채로 보관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Q. 볼의 타구감은 어떻게 결정되나요?
"타구감은 많은 요소에 의해 좌우됩니다. 일반적으로 타구감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소는 역시 컴프레션(반발력)이며, 이 외에도 커버 소재 및 소리에 의해서도 타구감의 차이가 느껴집니다. Pro V1과 Pro V1x의 경우 커버 재질로 쓰인 우레탄 배합의 변화를 통해 더욱 부드러운 타구감을 느끼도록 개발되었습니다.
재미있는 타이틀리스트의 사례가 있습니다. 2013년 형 Pro V1x가 출시될 당시 전 세대 모델과 비교해 실제 컴프레션에는 변화가 없었지만 많은 분들이 2013년형 Pro V1x가 더 부드러워졌다고 느끼셨습니다. 그 원인이 바로 타구음입니다. 실제 컴프레션에는 차이가 없었음에도 타구음에서 변화가 있어 많은 분들이 타구감이 부드러워진 것으로 느끼셨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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