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서도 상금왕 오른다면 한·미·일 투어 상금왕 석권
난 주말 서울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신지애(30)는 "다시 골프가 즐거워졌어요. 한참 우승하던 때보다 실력이 더 좋아졌어요. 지금 체력과 기량 모두 최고 전성기예요"라며 웃었다.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져 보였는데 근력 운동으로 몸무게는 그대로라고 했다. 맑은 피부에 눈빛이 초롱초롱했다. 신지애는 손목 부상을 치료하기 위해 일본 대회를 하나 건너뛰고 귀국해 이번 주 박세리 인비테이셔널 대회에 참가한다. 국내 대회 참가는 4년 만이다.
신지애는 올해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서 메이저 대회 2승을 포함해 시즌 3승을 올리며 상금 랭킹 1위를 달리고 있다. 그가 일본에서도 상금왕에 오르면 한국(2006~2008년 3년 연속)과 미국(2009년)에 이어 세계 여자골프 3대 투어인 한·미·일 투어 상금왕을 석권하게 된다. 4년 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카드를 반납하고 일본 투어에 전념하면서 세운 목표다. '그럼 10년 전 약속은 어떻게 되는 거냐'고 농담조로 물었다.
볼살이 통통하던 앳된 얼굴의 2008년 신지애는 이렇게 말했다.
"골프는 딱 30세까지만 할 거예요. 그때까지 하면 지겨워질 것 같아요. 그다음엔 예쁜 카페를 차려서 동생이랑 같이할 거예요. 호호호."
신지애는 지난 9일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메이저 대회인 L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하고는 상금 일부를 홋카이도 지진 피해자 돕기 성금으로 내놓았다. 그는 매년 미야자키 지역 어린이 시설에 쌀을 기부하는 등 다양한 기부 활동을 한다. 매년 신지애배 주니어 대회를 한국과 일본에서 열고 두 나라를 번갈아 가며 친선 경기도 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코리아 |
그해 신지애는 미 LPGA투어에 데뷔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메이저 대회인 브리티시 여자오픈을 포함해 3승을 거두며 세계 여자골프의 신데렐라가 됐다. 골프를 잘 알지 못하는 이들도 교통사고로 어머니를 여읜 뒤 피눈물 나는 고생을 이겨낸 그에게 환호했다.
하지만 성적에 대한 부담과 주변의 시선, 부상이 가져오는 고통은 수면제를 먹지 않으면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였다. 그는 "골프가 없었다면 오늘의 저와 가족은 없었을 거예요. 하지만 어느 순간 골프가 제 삶을 삼켜버리고 숨도 제대로 쉴 수 없게 만들었어요"라고 했다.
그는 다 내려놓기로 하고 4년 전 활동 무대를 일본으로 옮겼다. 만만한 투어로 옮긴다는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신지애는 "살고 싶었다"고 했다.
"당시 저에겐 일본 생활도 힘겨웠어요. 여동생에게 3주만 같이 투어 생활을 해 달라고 SOS를 쳤어요. 저는 티오프 시각 4시간 전에 일어나요. 경기가 7시 반이면 새벽 3시 반에 잠을 깨서 준비해요. 매주 대회가 끝나면 다음 대회를 준비하는 생활은 마찬가지이죠. 동생이 떠나며 '언니, 이건 사람이 할 일이 아니야'라고 했어요."
두 살 아래 여동생은 서울대 물리학과 대학원에 다닌다.
신지애는 "요즘 저는 몸이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제가 진짜 좋아하는 걸 하려고 해요"라고 했다. 그는 감각을 둔하게 하는 음식을 먹지 않는다. 얼마 전 '핫식스' 이정은이 "올해 지애 언니와 만난 뒤로 콜라와 라면을 먹지 않는다"고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신지애는 몸에 필요한 음식을 아주 천천히 먹는다. 경기를 앞두고는 한 시간에 걸쳐 식사를 한다.
신지애는 일본에서 지내는 도쿄 집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접이식 침대 등 '미니멀리즘(단순함과 간결함을 추구하는 것)'이라 할 만큼 살림이 없다고 한다. 신지애는 "예전엔 짐을 보관하는 하우스(house)일 뿐이었는데, 지금은 마음을 내려놓는 홈(home)을 갖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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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좋은기사네요
답글삭제느끼고 배우는게 많아요
신지애프로님 어디서 뭐하시나 궁금했었는데 힘든골프를 인샹이란 찻잔에 잘스며들게하고계셨군요
ㅋㅋㅋㅋㅋ
답글삭제all that golf 잘 보고 있습니다.
답글삭제신지애 선수의 골프가 아닌 삶을 들으니
골프실력에서 보이는 것 처럼 삶의 지혜가 보입니다.
앞으로도 오래동안 골프계에 있으면서 멋진
플레이를 볼 수 있을 것 같아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