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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이원준의 드라이버 샷 모습. photo 뉴시스

지난 6월 30일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KPGA챔피언십에서 프로 데뷔 13년 만에 첫 우승한 호주 동포 이원준(34)의 트레이드마크는 장타다. 그는 “대회 때 300야드 전방에 벙커가 있으면 넘겨 친다”며 “마음먹고 때리면 350야드 정도 보낸다”고 했다. 지난해 일본프로골프 투어 던롭 피닉스 토너먼트에서 ‘필드의 수퍼맨’이라 불리는 브룩스 켑카와 동반 라운드를 하며 ‘장타 대결’을 벌인 적도 있다. 둘이 나란히 드라이버를 잡은 게 7개 홀 정도 됐는데 거의 거리가 비슷했다고 한다. 그중 세 차례는 이원준이 5야드 정도 더 나갔다고 한다.
 
   이원준은 어떻게 350야드 장타자가 됐을까.
 
   일단 하드웨어는 좋은 편이다. 키 190㎝, 몸무게 93㎏이다. 하지만 체격만 좋다고 장타를 칠 수 있는 건 아니다. 소프트웨어가 더 중요하다.
 
   그는 어릴 때 축구와 농구를 했다. 특히 농구를 워낙 좋아해서 열네 살까지는 농구공을 끌어안고 잘 정도였다고 한다. 이렇게 어릴 때 다른 스포츠를 하면서 힘을 폭발시키는 능력을 키워본 선수들이 장타를 치는 확률이 높다. 브룩스 켑카는 지금도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싶다고 할 정도로 어린 시절에는 야구선수의 꿈을 키웠다. 더스틴 존슨은 농구와 야구, 축구 등에 능한 만능 스포츠맨으로 몸을 360도 돌리며 덩크슛을 할 수도 있다.
 
   이원준은 처음부터 장타 훈련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아버지 친구분에게 처음 골프를 배웠는데 6개월 동안 5번 아이언으로 연습장의 200m 지점에 있는 언덕을 넘기는 훈련을 했다”며 “하이 훅 구질(오른손잡이 기준 높은 탄도로 왼쪽으로 휘는 구질)이었는데 다른 클럽으로도 멀리 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그는 어릴 땐 먼저 장타를 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고 그 다음에 정확도를 가다듬는 게 좋다고 했다.
 
   국내 정상급 선수들이 유럽이나 미국 무대 진출을 염두에 두고 비거리를 늘리려다 슬럼프에 빠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 역시 드라이버 입스(yips·샷 불안 증세)로 고생한 적도 있었는데 극복 과정이 흥미롭다. 그는 “입스는 대개 기술적인 문제에서 출발해 심리적 요인이 덧붙여지면서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진다”며 “한번은 대회 도중 워낙 슬라이스가 심하게 나 발걸음으로 재보니 페어웨이에서 150걸음이나 오른쪽으로 벗어나 있더라”고 했다. 특히 임팩트 이후 오른손을 감아주는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미국 2부 투어에서 뛰던 시절 오른쪽 손목 연골이 거의 닳아 2012년부터 2년간 골프를 중단한 적이 있다. 그때 우연히 친구의 권유로 볼링을 하면서 오른손을 감아주는 동작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것을 보고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그는 한동안 비거리 260야드인 2번 아이언으로 티샷을 했다. 엄청난 장타 능력을 불안감 때문에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원준은 “지난해 겁 없이 드라이버를 휘두르는 켑카와 동반 라운드를 하면서 나도 많은 자신감을 얻었다. 저런 친구들과 경쟁할 수 있는 무대로 가고 싶다는 꿈도 다시 커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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